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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6화 점입가경
액난문이 돌연 자취를 감추자 장내에 있던 무인들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큰소리치던 녀석이 왜 갑자기 도망을 친 거지?
엽현은 고개를 돌려 대황산맥 쪽을 바라보았다.
혹시 그 남자가 무슨 조치라도 취한 것이었을까?
신빙성 있는 추측이었다.
액난문이 두려워하는 것은 이 근처에서는 그 남자가 유일하니까.
바로 이때, 갑자기 장내에 강대한 기운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에 뭔가를 눈치챈 만군이 눈을 크게 뜨더니 황급히 엽현의 손을 잡아끌었다.
“가자!”

두 사람이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가려는 이 순간, 성군과 천모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도망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성군이 말을 마친 이 순간, 두 사람 위쪽의 공간이 갈라지더니, 중년인 하나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
남자가 발을 EOS파워볼 디딤과 함께, 하늘 전체가 마치 물결처럼 일순 출렁였다.
만군은 이 남자를 향해 살의를 숨기지 않았다.
천가의 천주(天主) 천림!
명하성역의 최강자! 로투스바카라
천림의 눈빛은 곧장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우주법칙이 네게 있느냐?” 천림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갖고 로투스홀짝 있지 않소.” “훗, 사실 내가 더 궁금한 것은 너의 내력이다. 조금 전, 간단하게 조사를 해 보았는데 명하성역 전체를 뒤져봐도 너를 아는 사람이 없더구나. 너 정도 천재라면 이미 어느 정도 이름이 나 있어야 정상이겠지만, 너에 대한 정보는 전무한 실정이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말 해 보거라. 너는 어디서 온 거지?”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액난계의 무인이오.” “후후, 액난계를 이용해 압박할 생각인가?” 엽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길게 말 할 것 없소. 만약 우주법칙 때문에 날 찾아온 거라면 허탕 친 거요. 왜냐하면 그건 내게 없으니까.” “하하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거라 생각했느냐?” 이에 엽현이 검을 뽑아 들었다.
“내 검을 보시오! 나는 검수요! 검수는 거짓말을 하지 않소!” 천림이 잠시 말이 없는 이때, 한쪽에 있던 천모가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다.
“헛소리도 좀 오픈홀덤 작작 하거라! 거짓말을 안 한다고? 내 머리털 나고 너처럼 후안무치한 검수는 본 적이 없다! 너 같은 사기꾼이 어떻게 그런 검도 경지에 이를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천림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천사가 말하길, 너는 우리 천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열쇠라 했다. 그녀는 우리가 너를 품어야 한다는 의도로 말한 것이겠지만,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천가의 운명은 오직 천가만이 결정할 수 있으니까!” 천림은 한 손을 뒷짐 진 채, 편안한 자세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네 신분이 보통이 아니란 건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다. 기회를 줄 테니,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어디 한번 불러 보거라.” 계옥탑 안.
액난문이 냉랭한 세이프게임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머저리들.”
엽현에게 도움을 청할 기회를 준다고?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그러다가 그 남자가 오기라도 한다면 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는 걸 왜 모른단 말인가!
액난문은 너무나 화가 나서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사실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금제를 당해서 액난인과술(厄難因果術)을 펼칠 수 없는 지금, 천가를 이용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해 볼만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천가가 이렇게나 멍청하게 나올 줄은 그녀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 저들의 행위는 엽현을 더욱 강하게 단련시킬 계기를 만들어 줄 뿐이었다.
누가 그랬던가, 진짜 적은 강한 적이 아니라 멍청한 아군이라고!
이때, 계옥탑 밖의 엽현이 천림을 향해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형님께서는 아무 때나 출수하진 않으시오.” “형님?”
“그렇소. 그분은 약한 자와 싸우는 데는 흥미가 없는 편이라…….” “하하하하! 듣자 하니, 네 형님이란 자가 매우 강한가 보구나?” 이 말에 엽현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당연한 소릴 하시는구려!” “후후, 얼마나 강하지?” “굳이 표현을 하자면… 천하무적?” 이 말은 사실이었다.
엽현이 아는 한 그와 청아 그리고 청삼남은 무적에 가까운 존재였으니까.
“무적이라고?”
잠시 멍하니 있던 천림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니까, 형님이란 자가 무적이란 소리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거참 흥미롭구나. 기왕 말이 나왔으니 한 번 불러와 보거라. 내 천하무적의 무인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직접 이 두 눈으로 보고 싶구나!” 엽현이 대답하려는 이때, 별안간 날카로운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이 멍청한 놈아!”
이 순간, 여인 하나가 엽현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나타났다.
다름 아닌 액난문이었다.
엽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또 뭘 하려 튀어나온 걸까?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천림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너는 또 누구냐?”
액난문이 차가운 눈초리로 천림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네 놈의 주둥이를 꿰매버릴 저승사자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액난문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순간, 한 줄기 혈뢰가 장내에 번뜩였다.
이를 보자, 천림이 화들짝 놀라며 양손을 교차해 수비 자세를 취했다.
쾅-!
천림이 허공에 붕 뜬 상태로 튕겨 날아갔다. 수천 장을 날아가 멈춘 그는 이미 육신이 사라진 상태였다.
이를 본 순간,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엽현은 다소 어리둥절했다.
자신을 죽이려 하던 액난문이 왜 난데없이 천림을 공격한단 말인가!
한편, 영혼만 덩그러니 남은 천림은 머릿속이 새하얬다.

단, 일권에 육신이 파괴 돼 버린 상황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 액난문이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수천 장 떨어져 있던 천림이 자신의 목을 부여잡으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멀리서 액난문이 차갑게 소리쳤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네! 네가 얼마나 잘났다고 여유를 부리는 거지? 네 머릿속엔 똥만 들어찬 거냐? 최선을 다해 덤벼도 모자랄 판에 사람을 부르라고 기회를 주다니! 그냥 죽어, 이 머저리 자식아!” 액난문이 손아귀에 힘을 준 순간 퍽 소리와 함께 천림의 영혼이 부서졌다.
하지만 이때, 수천 장 떨어진 공간이 갑자기 일렁이는가 싶더니, 영혼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천림이었다.
이 모습을 보자 엽현의 동공이 확장됐다.
“저, 저럴 수도 있나?” 이에, 곁에 있던 만군이 설명했다.
“저건 혼응술(魂凝術)이라는 거다.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비기라 할 수 있지. 혼응술을 사용하면 하루 동안 최대 세 번에 걸쳐 영혼을 복원할 수 있다.” “과연… 천가도 보통은 아니구려.” 한편, 부활한 천림은 여인을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대가 바로 저 녀석의 형님이란 사람이오?” “형님이든 누님이든 네 알 바 아니다!” 액난문이 손을 번쩍 든 순간, 천림이 황급히 소리쳤다.
“자, 잠깐! 그만하시오! 항복… 항복하겠소!” 항복!
성군과 천모는 잠시 머릿속이 멍해졌다.
항복이라니.
천하의 천가가 이렇게 쉽게 무릎을 꿇는단 말인가?
한편, 천림의 표정은 이미 딱딱하게 변해 있었다.
방금 전, 일합을 겨룬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절대 저 여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투항하는 것이 목숨이라도 건질 수 있는 방법이리라!
천림은 액난문을 향해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정식으로 사과드리겠소! 우리 천가는 엽 공자가 그대의 사람이란 걸 전혀 모르고 있었소. 진작 알았더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건들지 않았을 것이오!” 엽현은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꼈다.
액난문은 천림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안색은 점점 어둡게 변해갔다.
이런 액난문의 표정을 본 천림은 곧바로 엽현을 향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엽 공자! 우리 천가가 크게 오해한 것 같소. 천가를 대표해서 이번 일에 대해 사과드리겠소!” 이때,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동의하오! 전부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오! 그대가 사과를 한다니 더 이상 따져 묻지 않겠소!” 천림이 살며시 고개를 들어 엽현을 바라보았다.
정말 이렇게 쉽게 끝내줄 생각인 걸까?
이때, 엽현이 말을 이어갔다.
“자, 그럼 우리 옛날 일은 잊어버리고 의기투합 하도록 합시다! 나는 천가가 마음에 들었으니, 지금부터 형제처럼 지내는 게 어떻겠소?” 잠시 멍하니 있던 천림이 순간 정신을 차리고는 대답했다.
“하하! 엽 공자께서 우리 천가를 좋게 보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구려! 나 역시 처음부터 그대의 베짱이 마음에 들었소!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대 말대로 우리 천가는 엽 공자와 함께 하도록 하겠소! 만약 누군가 감히 엽 공자를 괴롭히려거든 우리 천가와도 적이 될 각오를 해야 할 것이오!” 천림은 고개를 살짝 돌려 액난문을 흘끔 쳐다보았다.
그녀의 안색은 조금 전보다도 더 나빠 보였다.
뭐가 잘못됐을까?
설마, 사과에 진정성이 좀 부족하기라도 했던 걸까?
이때, 엽현은 천모가 천림을 향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을 포착했다. 이를 본 순간, 엽현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천주, 나의 적은 천가의 적이라 하셨소?” “하하, 물론이오!”
“음… 그 말에 조금 감동했소. 사실이오.” 바로 이때,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 천림이 고개를 돌렸다.
이 순간, 한 줄기 뇌전이 그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쾅-!
천림의 영혼이 먼지처럼 흩어졌다. 하지만 이내 같은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응혼술!
이를 보자, 엽현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응혼술이 너무나 대단해 보였던 것이다.
저 기술을 배운다면 중요할 때, 세 번이나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때, 엽현의 표정을 본 만군이 물었다.
“탐나느냐?”
엽현이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한다면 가르쳐 주지.” “물론 원하오! 가르쳐 주면 고맙겠소!” “…보통은 예의상 한 번 사양하지 않나?” “크하하! 같은 편끼리 굳이 예의 차릴 거 뭐 있겠소? 안 그렇소?” 같은 편!
이 말에 만군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한편, 천림은 무거운 표정으로 액난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왜…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요?” “흥! 멍청한 놈! 끝까지 모른 채로 살아라!” 천림이 억울한 표정으로 엽현을 향해 물었다.
“엽 공자, 오해가 풀린 게 아니었소?”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런 오해도 없소.”
“그런데 왜 나를 공격하는 건지…….” 이에 엽현이 불만 어린 표정으로 액난문을 바라보았다.
“소액(小厄)!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 잘못을 뉘우친 사람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이냐! 내가 진짜 화내기 전에 적당히 하거라!” 이때, 액난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넌 좀 닥치고 있어!”
“소액, 그러면 안 돼. 사람이 덕이 있어야지 그렇게 개차반으로 굴면…….” 엽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 액난문의 양손에 붉은 뇌전이 응집됐다.
이를 보자 엽현이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비록 남자의 검기에 금제가 걸려 있는 상태긴 하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어려운 상대였다.
엽현을 조용히 시킨 액난문은 다시 천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멍청한 놈! 꼴도 보기 싫으니 이만 죽어라!” 액난문이 출수하려는 이 순간, 천림이 격분하며 소리쳤다.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천림이 영패 하나를 꺼내 높이 치켜들었다.
“선조를 모십니다!”
쾅-!
굉음과 함께 영패가 한 줄기 빛이 되어 허공으로 솟구쳤다.
선조!
엽현이 두 눈을 깜빡였다.
“이거… 뭔가 일이 커지는 느낌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