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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만물이 만발하다 빗속에서 소쿠리를 짊어진 사람들이 걸음을 재촉했다. 이 소쿠리는 옛날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유학길에 오른 학자들의 책함(册函: 책들을 정리하여 보관하는 함)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소쿠리 윗부분은 천으로 덮여 있었고, 부피가 상당히 커다랬다. 계연에게는 그들의 전경이 보이지 않았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범위에서만 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에, 사람의 팔다리와 소쿠리, 덮개만 보일 뿐, 그들의 얼굴은 외려 희미하게 다가왔다. 의문스러운 것은 그 소쿠리뿐만이 아니었다. 이들 중 일부는 짚을 엮어 만든 비옷 같은 무언가를 걸치고 있었다. 아무튼, 현대의 우비와는 확연히 다른 모양새였다. “서둘러, 어서! 저 앞이 바로 산신당(山神堂: 산신을 모신 집)이야!” “조심해, 비가 와서 길이 미끄러워!” “어서 따라붙어! 산신당에서 비가 그칠 때까지 몸 좀 데우고 있자고. 자, 어서!” 누군가 끊임없이 조심하라며 주의를 주었고, 또 누군가는 사람들을 재촉하였으며, 다른 누군가는 이따금 걸음을 멈추어 뒤처진 사람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했다.
커다란 나무 몇 그루와 우뚝 선 바위를 지나, 무리를 이끌던 사내가 드디어 코앞의 산신당을 발견했다.파워볼사이트
“다들 조금만 힘내자고, 저기가 바로 산신당이야. 낙오된 사람 없지?” “다 잘 따라왔네.” “어서 들어가지, 빗줄기가 너무 차갑구먼!” 그들은 짧은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재촉했고, 차례대로 산신당에 들어섰다.
“후……. 비가 장난이 아니네. 하마터면 비에 쓸려 죽을 뻔했어!” 선두에 있던 사내는 꺼칠꺼칠한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뚝뚝 빗물을 떨어트리던 그는, 무거운 소쿠리를 내려놓은 뒤에 비에 흠뻑 젖은 비옷을 벗었다.
잠시 뻐근한 몸을 움직이던 그가 일행의 수를 헤아렸다. 총 열두 명 모두 무사히 도착했다.
“다들 저쪽에 짐을 내려놓게. 잠시 몸 좀 데우게. 유전(劉全)과 이귀(李貴)는 장작을 좀 꺼내와.”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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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이 그나마 마른 것 같으니까……. 자, 저기에 내려놓자고.” “우리 옷도 좀 말려야겠네. 나 참, 정신이 없어서 비옷도 못 입었어.” 한 무리의 사람들은 소쿠리를 옮기고, 장작에 불을 피우고, 또 마른 바닥을 찾아 간단히 청소하기도 했다.
그들은 뜨내기 장수였다. 산 넘고 재를 넘는 게 일상이었던 그들에게는 열악한 날씨 또한 다반사였다. 그러므로 그들은 각종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소쿠리에 항상 마른 장작과 숯 등을 챙겨 다녔다.
무리를 이끄는 사내의 이름은 장사림(張士林)이었다. 장사림의 아버지는 그가 학문에 열중해 과거 시험에 급제하여 사림(士林: 지식인 사회)에 들어서기를 바랐으나, 그는 태생적으로 학문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거기에 가세가 기울기 시작하며,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수고스러운 장삿길에 오르게 되었다. 그는 인솔자로서 모든 일행의 안위를 신경 써야 하니, 책임이 여간 막중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당연히 이에 따른 장점도 있었다. 지금처럼 사람들이 바삐 일할 때, 장사림은 여유롭게 어깨를 주무르며 휴식할 수 있었다. 아무도 이를 원망하지 않았다. 장사림의 실력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고, 그는 훌륭한 인솔자였으니 말이다. 별로 크지 않은 산신당은 폭이 겨우 몇십 척(尺)밖에 되지 않았다. 벽 삼면은 아직 안정적인 편이었지만, 입구 쪽의 외벽은 상당히 손상되어 있었다. 다행히 내벽에서 비가 새어들진 않았다. 다만 대문 두 짝이 오래전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간혹 찬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산신당 안쪽은 더욱이 황폐했다. 곳곳에 거미줄과 들짐승의 분변이 가득했고, 향안(香案: 향을 피우는 탁자) 위의 향로(香爐: 향을 피우는 작은 화로)와 촛대는 모두 쓰러져 있었으며, 공물은 너무도 당연히 사라지고 없었다. 하물며 산신의 토우(土偶: 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의 상)마저 심각하게 훼손되어 머리 부위를 찾을 수 없었다.
“아이고, 이 산신당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네. 혹시나 이 산신당마저 무너지는 날엔, 우규산(牛奎山)에 묵을 곳이 또 줄어드는 거라고!” 계연은 이들의 발소리와 대화를 빠짐없이 담아 들었다.
‘이곳이 산속의 산신당이었구나. 그런데, 우규산? 우두산을 말하려다 잘못 발음한 건가, 아니면 방언인가?’ 보아하니 이들은 배낭 여행객인 듯했다. 등에 텐트 등을 짊어지고 있는 것을 보니, 적어도 강도는 아닌 게 확실했다.
분명 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선명했고, 신당은 그리 넓지 않았다. 아마도 자신이 신당의 구석에 누워있는 것인지, 그들 중 아무도 계연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다.파워볼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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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사림 형님, 여기 누가 있어요!” 이때 가까운 곳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계연은 마침내 짙은 시름을 내려놓았다.
‘드디어 나를 보았구나! 인제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으로 이송하겠지, 살았으니 다행이야.’ 그 목소리에 장사림이 재빨리 산신상을 지나 달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보니 바닥에 누군가가 널브러져 있었다. 뜨내기 장수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산신상 뒤에 누워있던 사람은 덥수룩한 머리에 꾀죄죄한 얼굴, 남루한 옷차림을 한 채, 생사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거지 행색의 젊은이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이 가까이 젊은이에게 다가갔다. 살며시 허리를 굽힌 그 사람은 젊은이의 코에 손을 대고 이마를 짚어 보았다.엔트리파워볼
“사림 형님, 아직 숨은 붙어있는데 이마가 팔팔 끓어요. 어쩌죠?” ‘어쩌긴 어째, 당신 바보야? 당연히 경찰에 신고해야지!’ 목소리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계연은 당장이라도 버럭 소리치고 싶었다. 그는 이들이 자신을 거지라고 부르는 것에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장사림이 인상을 팍 찡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긴 산속이야. 보아하니 이 거지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군. 이따가 따듯한 물을 주어서 멀쩡히 마시는지 보자고. 젠장, 빌어먹을 세상 같으니라고!” “참…….”
“가자, 가, 불이나 피우지…….” 고개를 젓던 뜨내기 장수들은 한숨을 내쉬며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잠깐, 잠깐만! 다들 뭐 하는 겁니까? 지금 다들 어딜 가는 거예요? 경찰에 신고해야지! 설마 이대로 포기하는 건 아니지? 이건 아니지!’ 이들은 계연의 상상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여주며, 계연에게 혼란과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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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난 살 수 있어, 아직 살아있다고! 당신들 눈에는 시체 같을지 몰라도, 경찰에 신고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계연은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이들의 행동은 사람을 죽이는 꼴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조금 전 이들의 대화도 수상했다.
‘설마 이 사람들, 머리에 문제라도 있는 걸까?’ 이들은 장난으로 이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계연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이들 중 한 사람만이 계연에게 무언가를 덮어주며 이마에 차가운 물수건을 대주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각자 할 일을 했다.
장사림은 사람들에게 토우 가까이에 불을 피우라고 지시했다. 겨우 숨통이 붙어있는 거지도 함께 몸을 데울 수 있도록 말이다.EOS파워볼
탁, 탁, 탁…….
부싯돌의 마찰음과 함께 불꽃이 팍 튀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조그만 부싯깃에 불이 붙었다.

“붙었다, 붙었어. 장작!” “갑니다, 가요.”
“너무 다닥다닥 쌓지 마!” 이들은 자잘한 마른 가지들을 놓고, 조심스레 불길을 지켜보았다. 머지않아 불꽃이 화르르 타올랐다.
뜨내기 장수들은 화로를 만들고, 그 위에 가지고 다니던 쇠솥을 올려놓았다. 어떤 이가 빗물을 받기 위해 신당 입구에 놓았던 죽통(竹筒)을 가져왔다. 곧 죽통에서 부은 맑은 빗물이 뜨거운 솥에서 끓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진행되었다.
일을 마친 장수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리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로투스바카라
우르르 쾅쾅…….
하늘가에 우렁찬 번개가 내리치고, 빗줄기는 더욱 거세져만 갔다.
물이 끓기를 기다리던 장수들은 멍하니 신당 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날이 저물기 전에는 그치려나?” 누군가 걱정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으로 봐서는 쉽게 그치지 않을 것 같구먼!” 또 누군가가 중얼거리며 옷깃을 여미었다.

“봄비인데 많이 차네!” “그러게 말이야. 원래 이월 이맘때쯤이면 날이 갑자기 추워지잖나.” 이들은 작은 불더미를 둘러싸고 앉아 몸을 녹였고, 젖은 옷가지는 신당에서 주운 얇은 막대기에 걸어 한쪽에 말려두었다.
차차 물이 끓어오르자, 솥뚜껑이 차차 불안하게 흔들렸다. 잠시 후, ‘탕탕, 쿵쿵’ 소리를 내며 솥뚜껑이 마구 요동쳤다.
“물 끓는다!”
웃으며 소리치던 유전이 소쿠리에서 나무 바가지 하나를 꺼냈다. 다른 장수들도 하나둘 소쿠리에서 나무 그릇이나 죽통을 꺼냈다.
유전은 불평 하나 없이 장수들의 그릇을 건네받아 차례대로 뜨거운 물을 떠주었다.
한 젊은이는 소쿠리에서 자루 하나를 꺼냈다. 안에는 각종 만두와 건량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그는 자루를 들고 돌아다니며, 장수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여기요.”
“받으세요!”
“조(趙) 형님, 형님이 좋아하시는 만두에요.” “고마워!”

젊은이가 음식을 나눠주면, 누군가는 그의 팔을 토닥이고, 누군가는 감사 인사를 건네었다. 빠르게 장사림의 차례가 되었다.
“사림 형님! 만두랑 마른과자가 남았는데, 어떤 거 드실래요?” 장사림이 자루를 슬쩍 바라보더니 말했다.
“마른과자로 줘.”
“네.”
젊은이가 장사림에게 마른 과자를 건네자, 사림은 과자를 손에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이는 자루를 소쿠리에 갖다 놓은 뒤, 만두 하나를 집어 들고 제자리에 앉았다.
누군가는 나무 그릇에 담긴 물을 호호 불어, 따끈한 물과 마른 과자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계연은 나무 장작이 타닥타닥 타는 소리와 보글보글 물이 끓는 소리, 호로록 물을 마시는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대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계연은 생각했다.
‘말도 안 돼. 저 사람들 지금 저렇게 자기들 배만 불리고, 내 생사는 안중에도 없는 거 아니야!’ “사림, 수선진(水仙鎭)에서 근래 우규산이 평온치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저녁에는 산에 머물지도 않는다더군. 한데 비가 그치지 않으면, 오늘 밤은 산에서 보내야겠지?” 마른 과자를 씹으며 말하는 중년의 사내는 금순복(金順福)으로,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했다.
장사림 또한 줄기차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밤에 조심하기만 하면 문제없을 거예요. 그리고…….” 그가 계연이 누워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저 거지도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저리 무사하잖아요. 우리는 머릿수도 많은데 무서울 게 뭐 있겠어요. 범 새끼가 나타나도 쫓아낼 수 있을걸요!” 건량(乾量, 마른 물건의 양(量)이 되는 단위)을 나눠주던 젊은이는 그의 말에 몸을 부르르 떨다가 마시던 물에 사레까지 들었다.
“캑캑…… 컥컥! 아이고, 사림 형님! 크흠……. 겁주지 마세요! 서, 설마 우규산에 정말 호랑이가 있는 건 아니죠?” “하하하하하…….”
“자식……. 하하하!” “동(東)이, 너 자식 담력 좀 키워야겠다! 하하하…….” 이 상황에 모두가 웃음보를 터뜨렸다. 이 젊은이는 무리에 합류한 지 두 달이 채 안 되었지만, 굉장히 활기차고 부지런한 청년이었다. 게다가 일행은 모두 동향인지라, 그를 다정히 챙겨주었다.
장사림이 웃으며 왕동(王東)을 보았다.
“동아, 우규산이 봉우리도 많고 숲도 깊지 않냐. 마음 잡고 계산하면 둘레가 이백 리(里)는 될 거다. 그 넓은 땅에 범 몇 마리 사는 거야 당연하지. 다만, 우리는 바깥쪽 길을 걸어와서 비교적 안전할 거야.” ‘정말 우두산이 아니라, 우규산이야? 범? 수선진……?’ 한쪽에 누워있던 계연의 의문은 더더욱 깊어졌다.
자신이 왜 우두산에서 우규산에 오게 된 것일까, 그리고 범은 설마 호랑이를 말하는 걸까? 수선진이라는 이름은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다. 넓은 땅의 모든 지명을 아는 건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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