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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창공에선 공간을 찢고 넘어오려는 이계의 괴물과 천사들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교황은 천사들의 뒤에서 파워볼게임 연신 무언가 능력을 사용해 괴물의 침입을 저지하고 있었다.
덕분인지 이계의 괴물이 이쪽으로 넘어오는 속도는 현저히 늦춰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 드래곤들은 그 싸움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망친 주범인가 하는 것 뿐이다.
“그 어린 드래곤이 혼자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저지른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입실란티스의 말에 드래곤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나 터무니 없는 일들이었음을 모두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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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열 곳에 9클래스의 마법을 엔트리파워볼 사용해서 대륙의 이름난 드래곤들을 유인하는 짓을 벌인 것이 아직 여물지도 않은 어린 드래곤이란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모두들 그 어린 드래곤의 뒤에는 흉악한 자가 숨어있음이 틀림없다고 간주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 녀석은 내 기억에 없는 놈이었다.”
입실란티스가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다.
“그렇군. 확실히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놈이야.”
누군가가 그 의견에 동의했다.
아마도 이 아크네시아의 드래곤들은 모두 얼굴을 알고 있는 사이인 듯 하다.

생각해보면 종족의 모든 구성원이 EOS파워볼 천여 마리에 불과하고, 각기 수천 년을 살아가고 있으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아마 처음부터 이 세계에 속한 놈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아.”
“새로운 이주민인가? 오랜만이로군.”
“누가 부른 걸까요? 어리기는 해도 아주 영악하고 패악스러운 놈이었는데?”
알렉산드로스에게 소중한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드래곤은 이를 뿌득 갈면서 말했다.
“그놈을 부른 놈이 이일을 꾸민 놈이겠지.”
입실란티스는 서서히 결론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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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게 누구란 로투스바카라 말인가요?”
자애로운 바다의 어머니 블루 드래곤은 이례적으로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는 아마 세상에 넷 뿐이지.
저 멍청한 인간과 나, 그리고 나머지 둘.”
입실란티스는 여전히 공간을 넘어 오려는 괴물을 처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교황을 가리키고, 자신을 포함한 몇몇을 말했다.
“동족의 학살자, 누구보다도 신에 가까운 남자를 말하는 거로군요.”
그건 질문이 아니었다. 이미 그녀도 입실란티스가 말하는 둘이 누구인지 알아차린 모양이다.

그리고 나도 그 둘이 누구인지 로투스홀짝 알 수 있다.
동족의 학살자, 즉 드래곤을 죽이며 돌아다니는 제국의 황제 발란티르와 마법 도시 드레스덴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카스트리스타 마탑의 탑주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둘 중 누가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요?”
청록색의 드래곤이 물었다.
드래곤들은 더이상 돌아가겠단 말은 하지 않았다.
모두들 이 세계의 멸망보다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망가트린 원흉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았다.
드래곤들은 대개 그렇다. 세상의 중심은 오직 자신이며, 그 외의 것은 그저 외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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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더 미친 놈이겠지.”
입실란티스의 대답에 몇몇 드래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각기 짐작되는 사람이 있을 터이다.
하지만 그건 꽤 어려운 문제이다.
동토의 제국의 황제 발란티르는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를 지 모르는 인물이다. 오늘 갑자기 이웃 나라를 침략해서 풀뿌리 하나 남겨 놓지 않고 몰살을 시켜 버릴 수도 있고, 다음날 갑자기 군대를 전부 물러 북으로 사냥을 떠날 수도 있다.
황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그의 최측근도 감히 짐작치 못하며, 주변 사람들은 그의 비위를 맞추기 바쁠 뿐이다.
때로 사람들은 발란티르가 너무 오랜 세월을 살아와 정신이 살짝 나갔다고 말한다.
또한 제국의 주변 국가에서는 그를 광황이라 부르며 두려워 한다.
하지만 정신이 나갔다는 평을 받는 것은 그 혼자만이 아니다.
카리스트리스타 마탑의 탑주인 안옐로스 아르이로풀로스 또한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대개의 마법사들이 그러하듯 평소 그는 마탑에 파묻혀 자신의 연구에만 빠져 있지만, 때때로 소리소문 없이 마탑을 빠져나와 세상 곳곳을 다니며 기행을 일으키곤 한다.
가난한 농노에게 황금으로 만들어진 집을 지어주거나, 시골 마을에 만 년이 지나도 부숴지지 않을 튼튼한 석조 다리를 만들어 주고 훌쩍 떠나버리기도 한다.
어떤 이들에게 이 위대한 마법사는 자애로운 은인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 마법사는 때때로 엄한 도시에 몬스터 떼거리를 몰아 넣기도 하고, 영지 한 곳의 주민들을 전부 말못하는 양떼로 바꾸어버린 일도 있다.
말하자면 대륙의 골칫덩이이여 재앙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물어보아도 그는 결코 자신이 왜 그런 짓을 벌인 것인지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감히 그 무서운 마법사에게 추궁할 사람도 없으니 그의 행적은 늘 미스터리로 남을 뿐이다.
신에 가까운 사나이란 말은 그가 제정신일 때에만 통하는 것이고, 그를 부를 때에는 사실 광기의 마법사라는 말이 훨씬 더 많이 사용된다.
“미친 황제와 미친 마법사 둘 다 저런 짓을 하고도 남지.”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빛의 드래곤이 드디어 유력한 용의자 두 사람을 명백하게 거론했다.
물론 이 일을 저지른 배후는 그 둘 중 그 누구도 아닌 나이니, 입실란티스가 내놓은 문제의 해답지는 처음부터 어긋나 있을 뿐이다.
“어느 하나 쉬운 놈이 없군.”
암청색 드래곤이 딱딱하게 말했다.
“누군지 모르겠으면 둘 다 족쳐버리면 그만이지.”
다시 골드 드래곤이 적당한 해법을 찾았고 다른 드래곤들은 그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지와는 별개의 결론이다.
이곳에 모인 드래곤 중 입실란티스 말고는 두 괴물의 상대가 될 자는 없다는 진실 따위 드래곤들에겐 그다지 중요치 않은 듯 하다.
“하나 더 있지. 왜 그자를 빼고 말하는 거지?”
그때 연한 핑크색의 이곳에 모인 다른 드래곤들에 비해 절반 정도 밖에 안 되는 어찌보면 앙증맞고 귀엽게까지 보이는 드래곤이 말했다.
“그대의 반려 또한 저런 망측한 짓을 저지르고도 남을 자이지.”
핑크색의 페어리 드래곤은 천사들의 공격에 분노를 토하고 있는 이계의 괴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은 아니다. 진이 자신의 둥지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은지 수백 년이 흘렀다는 사실은 그대도 잘 알고 있을 텐데?”
갑자기 흘러나온 의문의 존재, 진에 대해 드래곤들은 모두 잘 알고 있는 듯 했지만, 나로서는 금시초문이다.
아마도 그들과 같은 드래곤인 듯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정보속에 들어있지 않다.
“그대도 극지에서 나온 것이 거의 백 년 만이지?
그동안 모두들 설원의 악몽은 더이상 자신의 둥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 했었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대는 이 자리에 있지 않은가?”
페어리 드래곤은 여전히 입실란티스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군. 그럼 모두 셋이라 해두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실란티스는 자신의 반려 또한 용의선상에 끼어 넣어야 했다.
어쩐지 그가 진이라는 드래곤을 아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누굴까? 저 대단한 존재가 아끼는 반려는?
“셋 중 하나가 이런 짓을 벌였다. 그리고 그 셋 중 하나도 우리의 힘으로는 감당키 어렵단 말이지?”
이제 논의는 입실란티스 혼자서 이끌어 가는 양상에서 벗어났다.
진이라는 드래곤을 거론함으로서 페어리 드래곤은 대화의 주도권을 반 쯤 가져올 수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꽤나 영특한 놈이다.
“누가 되었던 저걸 그냥 두고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다.”
입실란티스가 공중의 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댄 자꾸 저 녀석을 처리하는 일을 우리에게 떠넘기려하는군.”
“저놈이 완전히 넘어오면 이 세상은 정말로 끝이다.
그대들의 복수도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니.”
“그대는 저 괴생명체의 정체를 알고 있는가?”
“공허. 공허 그 자체이지.”


“맙소사!”
블루 드래곤 엠 라말로 세레슬리스 마사는 드래곤 답지 않게 놀라움을 표했다.
“저걸 부르다니? 정말로 미쳤단 말인가?”
골드 드래곤이 울분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 뿐 아니다. 대다수의 드래곤들은 그 괴생명체를 바라보며 – 공허가 뭐지?

끔찍한 거죠.
그들의 대화를 훔쳐 듣던 난 매우 당황하고 있었다.
아직 알렉산드로스의 세상엔 나타나지 않았으니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내경우는 그렇지 않다.

세상의 종말자.
지구인들이 이곳으로 끌려올 때, 지구에는 알 수 없는 괴물들이 나타났다.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은 지구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리고, 지구는 점점 멸망을 향해 다가간다.
그리고 지구에서 아크네시아로 넘어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지구에 넘어가는 괴물들 또한 점점 많아지고, 강력해진다.
마침내 지구에서 마지막 이민자들이 이곳으로 끌려올 때 즘음, 그들은 세상을 덮어버릴 듯 거대한 괴물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좀벌레처럼 세상 자체를 먹어치웠다.
나무를, 건물을, 땅을 그리고 하늘과 공간 마저 삼켜버렸다.
공허는 오로지 지구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 아크네시아에 끌려온 수많은 지성체들의 고향에 어김없이 나타났다.
그리고 공허의 등장은 세상의 종말을 의미한다.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진 종족이라도 저 공허만은 이겨낼 수 없었다.

그러니까 저걸 막아내지 못하면 정말로 이 세계가 끝이 난다는 거로군.
내 설명을 들은 알렉산드로스는 어쩐지 즐거워하고 있었다.

정말 미친 놈이 아니면 부를 수 없는 괴물이로군.
그때쯤 드래곤들이 일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입실란티스가 괴물의 정체에 대해 밝히자 그들도 그 괴물을 처리하는데 힘을 합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말? 너와는 관계 없는 일이었나?”
교황은 자신의 옆으로 올라와 공허의 괴물을 향해 강력한 마법을 날리는 입실란티스에게 물었다.
그도 입실란티스와 드래곤들의 회의를 듣고 있었기에 조금은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편한데로 생각하시지.”
입실란티스는 교황을 무시했다.
“황제? 마법사? 그리고 미친 드래곤 셋 중의 하나란 말이지?”
교황은 분노를 참을 수 없는 듯 하다.
하지만 벌써 3킬로미터가 넘게 세상으로 넘어온 괴물 공허를 막는 것에 모든 힘을 쏟고 있으니 분노를 발산할 여유마저 없었다.
공허는 거대했다.
처음 머리라 생각했던 것은 놈의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드래곤들과 천사들은 서로간의 사이를 넉넉히 벌리고 공허를 향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공격하고 있었다.
때로는 화염이, 때로는 냉기가, 때로는 거대한 폭발이 터져나갔다.
그때 마다 공허는 고약한 울음을 토해낸다. 놈의 표면에 무수히 나 있는 입들은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 조금도 숨기지 않고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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